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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안무길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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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꽃 이야기





그제 카톡으로 아내에게 제가 쓴 아래의 글을
아무 설명 없이 보내봤습니다.

아내의 후한 평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아내는 제가 하는 어떤 일에도,
(무관심하지는 않겠지만)
잘 언급을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아내의 칭찬에
목말라 있습니다!^^

글을 받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내가
어제 아침, 학교 가기 전 아침을 차려주면서
생각 외의 말을 했습니다.

"당신, 글은 참 잘 쓰는 것 같아~!"

글에 적힌 내용이 아내도 잘 아는 내용이라
한 두 가지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면서
아내가 내게 한 이야깁니다!
드물게 듣는 아내의 칭찬입니다! ㅎ

제 계획은 이미 써놓은 글부터 여기 올리는 것이었는데,
오늘 여기, 지난주에 쓴 따끈한 글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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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이야기”

                                                                                                                                                                          
                                                                               안 무 길

‘키움강좌’라 이름하고 매달 한 번씩 모이는 지난달 글쓰기 공부 모임에서 선생님의 강의 첫마디가 퍽 마음에 와 닿았다. “좋은 계절이라 꽃 이야기가 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요.” 글쓰기를 배우는 우리가 미리 보내드린 글을 보신 선생님의 소감이다. 그 첫 멘트에 어떤 특별한 의도를 담으신 건 아니겠지만, 3월 - 계절이 계절인지라 나도 그 말씀에 크게 공감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서정적이고 사람 냄새가 나는 글인데, 선생님의 말씀이 그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안타까운 내 마음을 들여다보신 듯한 말씀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오늘 글쓰기는 지난달 글쓰기 선생님이 말씀했던 ‘꽃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꽃을 무척 좋아한다. 꽃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어릴 때, 커서 내가 결혼할 사람을 ‘꽃집 아가씨’로 점찍을 정도로, 꽃집, 화원, 꽃을 다루는 사람 - 모두를 다 좋아했다. 요즘처럼 내가 좋아하는 벚꽃, 매화, 목련이 필 적이면, 꽃이 주는 매력에 빠져 거의 환상에 젖어 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사는 아파트 안에 피는 꽃만으로도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집을 나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십여 분 동안의 벚꽃, 매화꽃 길은 정말 황홀경이다. 지난해도 보았던 바로 그 꽃이건만 꽃이 새로 필 때마다 태어나서 처음 본 것처럼 감탄하게 된다. 나는 그림을 직접 그릴만큼 무척 좋아해서 해외여행에서 일부러 세계 유명 화가의 그림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직접 그림을 만나 봤을 때의 감동은 꽃이 주는 감동만 못 했다. 신의 작품과 인간 작품의 차이이니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특히 내가 사는 아파트를 관통하여 흐르는 성내천 위의 아치형 다리 난간에 드리워져 있는 매화꽃 자태와 향기는 매혹적이라는 표현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렇게 꽃을 모두 좋아하지만, 내게는 꼭 소개하고 싶은 꽃이 하나 있다. 이 꽃에 내가 관심을 두게 된 건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이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베란다에서 나를 부르셨다. “야야! 이리 좀 와 봐.” 좀처럼 들뜬 모습을 보기 어려운 어머니인데, 그날은 분명히 어머니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베란다로 갔더니 어머니는 화분 하나를 들고 계셨다. “이것 봐! 이 꽃 한번 봐!” 어머니가 보여주신 화분은 그 화분이 우리 집에 들어온 뒤에 꽃이 다 시들어 더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베란다 구석에 버려져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있던 화분이었다. 분명히 그 화분 같은데 꽃이 피어 있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화사한 진분홍 색깔로! 다시 보았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버린다고 생각하고 내다 놓은 화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다시 피우다니! 그건 감동이었다. 이 꽃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그 꽃이 우리 집에 온 사연부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구에게 선물을 받은 화분인지? 나나 아내가 꽃집에서 사 온 화분인지? 그만큼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던 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꽃 이름도 알 리가 없었다. 버린 화분에서 꽃을 피운 것이 너무 신기하고 대견해서 이름을 찾아보았다. 꽃 이름이 ‘게발선인장’이란다. ‘게 발’이라 눈으로는 읽고는 머릿속 입력은 ‘개 발’로 읽어 들여서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 픽 웃음이 났다. “꽃 이름이 어떻게 ’개 발‘일까?“ ’개 발‘이 아니고 ’게 발‘인 것으로 금방 오해(?)는 풀렸지만, 이제 ’선인장‘이란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그 꽃이 ’선인장과‘라는 걸 전혀 몰랐다. 자세히 보니 그 오해(?)도 풀렸다. 꽃을 피운 줄기를 가만히 보니 사람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이어진 약간 도톰하고 톱니 모양의 돌기가 있는 줄기는 ’선인장과‘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꽃은 특이하게 가지의 약간 도톰한 마디마다 꽃을 피우고 있었다. 뿌리에서 왕성하게 화분 가장자리로 타원형을 그리며 뻗은 줄기들은 한결같이 혼나기 직전의 아이처럼 고개를 떨군 모양새였다. 내가 이 꽃의 형상을 제대로 묘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꽃을 보며 내 머릿속에는 ’겸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족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꽃. 꽃이 시든 뒤에는 가차 없이 베란다 구석으로 버려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이 꽃. 그곳에 있는 동안 햇볕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것이고, 물 한번 제대로 주는 이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서 다 잊혔지만 ‘선인장’으로 태어난 숙명(?) 때문에 그런 악조건을 잘 견뎌 온 것이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한 번도 누구를 원망한 적이 없었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밝게 활짝 핀 그 모습에서 나는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꽃을 보고 ‘겸손’을 떠올린 이유이다. 따지고 보면 식물에 불과한 꽃이 ‘겸손’이란 덕목을 자기 의지로 가꾸어 오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자기주장도, 자기변명도 하지 않고 묵묵히 견디다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탐스러운 꽃을 피운 것은 커다란 반전이었고, 이 반전을 보며 내가 붙여 줄 가장 적합한 꽃말은 ‘겸손’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본래 남아메리카(브라질)라는 이 꽃의 원산지도, ‘불타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본 그 꽃의 이미지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출신지이고 꽃말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람에게서 가장 강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도 아니고, 그 사람의 능력이나 부(富)도 아니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학식도 아니었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겸손’이었다. 나는 이 꽃에서 ‘겸손’을 발견한 것이다. 이 꽃처럼 자기주장도 자기 자랑도 하지 않지만, 감추려 애써도 자꾸만 드러나 보이는 그의 진면목, 알면 알수록 감동이 있는 사람. 어떤 사람에게서 느끼는 진정한 겸손은 진심으로 그 사람을 존경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나에게 그렇게 감동을 주었던 ‘게발선인장’은 그 이후 몇 년을 더 우리 가족에게 감동이 있는 화사한 꽃을 선물하다가 올봄에야 수명을 다하였다. 선인장의 억척스러움으로 참 잘 견디다가 어머니처럼 우리 가족 곁을 떠난 것이다. 꽃과의 이별에서 이처럼 서운한 감정을 가져보기는 처음이다. 이 서운함과 게발선인장에 대한 미안함을 달래보려고 나는 내가 자주 이용하는 꽃집 아주머니께 특별한 꽃 주문을 했다. 이러저러하게 생긴 ‘게발선인장’을 가져다 달라고! 우리 집에 있던 그 꽃을 꼭 닮은 ‘게발선인장’을 주문한 것이다. 나는 그 꽃을 보며 그가 내게 가르쳐 준 ‘겸손’을 잊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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